■ 절대적인 것은 없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지구가 아닌 우주 공간으로 가면, 시공간의 왜곡 현상 때문에 우리가 믿고 있는 절대적인 공간도 절대적인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이런 상대성 이론은 우주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젊다는 건 시간이 영원히 허락된다는 것일까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은 왜 사람들을 더 처량하게 만드는 걸까요?
■ 시간이라는 것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은 점점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다들 말합니다. 10대 때에는 10km의 속도로 가는 느낌이었다면 60대 때에는 60km로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일까요?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이라는 것의 속도는, 째깍째깍하는 시계의 속도와는 다릅니다. 친한 친구와 재미나게 수다떠느라고 보낸 2시간은, 치과에서 생니를 뽑는 2분보다 훨씬 더 짧게 느껴집니다.
심리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는 날아가는 듯한 시간에 대한 쓸쓸함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어렸을 때 사람은 주관적으로든 객관적으로든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 때의 불안감은 생생하고 기억은 강렬하다. (중략.)
그러나 해가 갈수록 이런 새로운 경험들은 점점 일상처럼 변해가며 자연스럽게 느껴 거의 의식을 하지 못하게 되고, 한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알맹이 없이 기억속으로 섞여버린다. 그래서 기억들이 점점 공허해지면서 붕괴해버린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폴 자넷'이라는 사람 또한 이런 비슷한 원리를 시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습니다.
'10살짜리 아이에게 1년은 인생의 10분의 1이지만, 80세 노인에게 1년은 인생의 80분의 1이다'
자연스럽게 노인에게는 시간이 빨리 지나갈 수밖에 없겠습니다. 생물학적으로도 나이가 들수록 뇌 내부의 생리학적 시계의 사이클이 늦어지기도 한다고 하니까요.
■ 시간은 축소된다
이러한 현상을 '망원경 효과(Backward & forward telescoping)'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좀 더 과거에 일어났던 것처럼 기억하고.
꽤 예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좀 더 최근에 일어난 일처럼 기억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 속에 남겨져 있는 '과거사건'과 '최근사건' 사이의 시간이 축소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두 사건 사이의 시간이 실제로 흐른 시간보다 더 빨리 흘러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 실험을 통한 명쾌한 증거
심리학자인 '피터 맹건'이라는 사람은 단순하고 명쾌한 실험을 통해 시간의 속도에 대한 답을 발견했습니다.
20대의 학생 25명과, 70대의 노인 15명을 대상으로 어림잡아서 3분이 지난 것 같을 때 버튼을 누르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은 평균 '3분 3초'만에 버튼을 눌렀고, 노인들은 평균 '3분 40초' 후에 버튼을 눌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심리학자 '로라 클라인'이라는 사람의 실험을 보면, 흡연자가 담배를 끊으면 평소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흐려지는 평정심, 뚜렷해지는 애착
시간이 축소되어 느껴지는 현상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은 많지만, 결국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건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점점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무료하게 흘러간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는 또,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것처럼 느껴지고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게 느껴집니다.
흘러가버린 시간에 대한 미련은 점점 커져가고, 앞으로 주어진 시간은 채우기가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사람은, 죽음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절박감을 느끼면 신경질적이게 되고, 평정심은 점점 흐릿해진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또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애착이 늘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을 너무 슬프게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은 젊은이들은 마치 물질적인 부자인 것처럼 주제넘고 신중하지 못하다. 뭐든 살 수 있다면 귀중한 건 하나도 없게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 없는 노인들은 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모든 것이 귀중해진다.'
-영국 작가 마이클 폴리(Michael Fol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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