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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심리학

사회적 촉진 현상:: 굳이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는 이유

by rrong2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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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왜 카페를 갈까?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똑똑한 전자기기와 wifi 무선망이 낳은 새로운 우리의 모습을 꼽아보자면, 작업공간인지 휴식공간인지 구분이 안 되는 카페들입니다.

 

스타벅스를 비롯해서 많은 최신 카페들을 보면 인테리어부터 큰 라운지나 도서관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또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나이 지긋한 분들까지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는 책을 읽거나 노트북 작업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아예 스터디 모임을 이런 카페에서 갖는 경우도 아주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고보면 여러 불편한 점들도 많습니다. 자리를 잘못 선택하면 재잘거리는 여성분들 모임의 옆자리에 앉게 된다거나, 서로의 눈빛만 봐도 웃음 터지는 연인들 옆자리에 앉게 되기라도 하면, 나의 일보다는 그 사람들의 대화에 더 귀를 쫑긋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집중에 방해될 것임이 뻔히 예상이 되는데도, 왜 사람들은 굳이 공부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 옆에서 공부하려고 하는 걸까요?

 

잠시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는 답이 나오긴 합니다. 혼자하면 금방 하기 싫어지고 지쳐버리기 쉽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문 닫고 있으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아도 되니까 초반에는 집중도 잘 되고 능률도 오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불과 1시간도 되지 않아서 슬슬 딴짓을 하게 되고, 괜히 처량하고 쓸쓸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옆에서 하게 되면, 조금은 자주 정신산만해지는 경우가 있다곤 하더라도 2~3시간이 지나도 별로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 나쁜 습관이 아니라, 그러한 현상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게 저만의 나쁜 습관인 줄 알았더니, 여러 심리학자들은 이미 이런 현상에 대해서 다양한 이론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 촉진(Social facilitation)', 또는 '사회적 제약(Social inhibition)'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년을 훌쩍 넘은 1898년 미국의 심리학자 '노먼 트리플렛'이라는 사람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트리플렛은 사이클 선수들이 혼자 훈련할 때보다 여러명이 함께 모여서 훈련할 때 훨씬 기록이 좋게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이후 사회심리학자인 '플로이드 올포트'가 '사회적 촉진'이라는 용어를 정립합니다.

 

트리플렛과 올포트가 정의한 '사회적 촉진'은 약간 뉘앙스가 다릅니다.

*트리플렛의 사회적 촉진: 사람들 사이의 경쟁의식 또는 남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 때문에 평소보다 잘하는 것

*올포트의 사회적 촉진: 경쟁관계가 아니더라도 단순히 다른 사람의 존재 자체만으로 인한 시각/청각적 자극 덕분에 능률이 향상되는 것

 

아마도 카페에서 공부하면 더 능률이 좋다는 것은 '올포트의 사회적 촉진'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카페에 가면 향긋한 커피도 한잔하지, 대화하는 소리도 적당히 들리지, 공공장소에서의 적당한 의식적인 모습도 갖춰야 하다보니 각성상태가 적당히 유지되면서 오랜시간 앉아 있어도 피곤함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하던 공부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한 번 맞닥뜨리게 되면 그 때부터는 이상하게 자꾸 주위가 신경쓰이고, 아까는 들리지도 않던 옆 테이블 사람들의 수다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예

'사회적 촉진'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데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여러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회적 촉진 현상이 적용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 역시도 여럿이 함께 모여서 TV프로그램이나 공연을 보면 더 많이 웃고 더 잘 감동을 받곤합니다.

 

-또 혼자 밥을 먹을 때보다 여러명 모여서 밥을 먹을 때 훨씬 더 과식을 할 경향이 높다고 합니다.

 

-혼자서 듣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경우에도, 모니터 앞에서 혼자 단순히 동영상만 보고 있는 것보다는 화면 옆에 동시에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의 실시간 피드백을 보여주면 훨씬 더 집중도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 경우들의 공통점은, 가상의 사람들이 함께 있다는 느낌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촉진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 부작용은 없는지

세상 모든일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사회적 촉진'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부작용이 있기도 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사회적 촉진 현상이 도움이 되는 건 단순한 일인 경우에만 해당될 뿐입니다. 정말 창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거나, 진지한 일을 해야할 때는 혼자서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일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주변에 누군가가 반드시 있어야만 각성 상태가 유지되는 게 버릇이 돼버리면, 이런 외로운 집중력은 더 이상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가상의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순간부턴가 직장 근무 중에도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내고, 스마트폰으로 친구들의 일상 업데이트 근황을 확인하는 행위가 일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행동들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혼자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을 조금도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사람들은 항상 입버릇처럼 나만의 조용한 공간과 시간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실제로는 고독을 두려워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공중에 붕 뜬 채, 각자의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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