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케아 효과란?
요즘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거의 볼 수 없게 된 모습이지만, 초등학생 때만 해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가끔 뜨개질을 하는 여성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대부분은 아마 연인을 생각하며 자신이 짠 목도리를 받고 얼마나 좋아라할까를 상상하면서 그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 분들이었을 것 같습니다.
예시로 든 이 이야기는, 어떠한 물건 자체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에 담겨있는 노력과 정성을 평가하는 인간들의 심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예로 든 겁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튼(Michael Norton)과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대니얼 모쳔(Daniel Mochon), 그리고 듀크 대학의 댄 애리엘리라는 사람은, 이러한 현상을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 이케아의 DIY, Do it yourself !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도 정식 수입되고 있는 '이케아'라는 브랜드는 DIY(Do it yourself) 가구를 전문적으로 파는 업체입니다. '저렴한 가격'과 '비교적 보장된 품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 것도 있었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개념인 DIY라는 개념 자체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며 충성 고객층까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케아 상품의 설명을 보면 누구나 쉽게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간단해 보이는 책장이라도 하나 키트를 구입해서 조립해보려면 꽤 수고가 많이 듭니다.
그런데 막상 완성을 하고 나면, 기성 제품을 샀을 때와는 비교되지 않는 왠지 모를 뿌듯함과 완성품에 대한 스스로의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실제 제품의 객관적 품질보다 좀 더 높게 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바로 ‘이케아 효과’ 입니다.
■ 노력이 높게 평가된 사례
이케아 효과라는 이름 붙인 노튼과 동료들은 피험자들을 모아 종이접기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각자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들을 한데 모아서 경매에 내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작품의 실제 완성도나 품질과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웃돈을 더 얹어 줘서라도 자신이 애써서 만든 작품을 구매하기를 원했습니다. 이 경우 역시 자신들이 들였던 노력이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닙니다. 쥐를 통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볼 수 있었는데요.
쥐에게 2개의 선택권을 줍니다. 설탕물이 나오는 대롱과, 설탕과는 좀 다르지만 그것 역시 단맛을 내는 폴리코스라는 화합물이 나오는 대롱. 실험 초반에는 2개의 레버 모두 한 번씩만 누르면 단물이 나오도록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느 한쪽은 레버를 여러 번 눌러야만 단물을 먹을 수 있도록 훈련시켰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이 쥐를 실험대가 아닌 원래 있던 우리한테 다시 돌려보낸 후, 역시 설탕물 또는 폴리코스가 나오는 2개의 대롱을 주고는, 이제는 레버를 누르지 않아도 단물을 빨아 먹을 수 있도록 합니다.
쥐는 어느 쪽을 선호했을까요? 놀랍게도 레버를 더 눌러야 얻을 수 있었던 쪽을 선호했답니다. 쥐는 공짜 단맛보다는 자신이 힘들게 땀 흘려 얻었던 단맛을 더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똑같은 성과물을 여러개 내놓았는데도 자기 것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인의 성과에 대해서는 겉모습만 보지만 자신의 성과에 대해서는 들어간 노력까지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성과물이 대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 마냥 좋은 효과일까?
이케아 효과는 좋게 생각하면 별것 아닌 물건도 소중히 여기도록 만드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만, 반대로 현대 사회에서는 역효과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 아이디어들을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붓습니다. 그렇지만 상황에 따라서 때로는 경쟁사가 개발한 기술이 좀 더 혁신적이고, 효율적이고, 장래성이 보장된다고 판단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기업의 결정권자는 경쟁사의 그런 좋은 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하는 게 유리할까요, 아니면 자사가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기술을 계속 고집하는 게 유리할까요?
기업의 흥망성쇠와 관련된 자료들을 보면, 전자가 유리하다는 게 명백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의 결정권자들은 자사의 정성들여 개발중인 기술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그만큼 투입해왔던 노력들이 눈에 어른거려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케아의 DIY 가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이 그렇게 많이 싸지도 않은데, 아마추어인 소비자들이 직접 조립하다 보니 왠지 모르게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고 부실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애착 때문에 좋다고 느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부족함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 노력도 평가받을 수 있는 세상
내가 무언가를 하며 열심히 들여온 노력이 나에게는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인정해주기를 원하는 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요. 혼자만 두고두고 아끼면서 감상할 것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결과를 놓고 판단하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판단을 흐리게 되는 것일까요.
한 초등학생 아이가 형편없는 시험지를 부모님 앞에 가져와놓고는 나름대로 노력했었노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세상 사람들은 결과만 보는 법이라며 혼내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부모님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노력 또한 평가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주 내용 출처 -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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